066. 달의 기억 산책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0:55
조회67회
댓글0건
관련링크
본문
유난히 선명한 새벽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물기 마른 얼굴로
거실에 서니
산꼭대기 위
커다란 달 하나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 시선을 받다가
문득
어릴 적 동생이 떠올랐다.
누나
저 달이
아까부터 우릴 따라와
나는 웃었고
동생은 끝까지 진지했다.
움직이는 건 우리인데
달이 우리를 쫓아온다고 믿던 나이
그 말을 따라
기억이 걸어 나온다.
학교 가는 고갯길
대나무밭 바람에 스치면
괜히 등골이 서늘하던 자리
개울의 샛줄기
작은 다리 아래
상여가 매달렸다는 소문
무서우면서도
결국 내려가 보았던 다리 밑
꽃도 관도 없이
덩그러니 남아 있던 틀
귀신 대신
먼지와 나무 냄새만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뛰지 않고
다리 위를 그냥 걸었다.
반딧불을 잡던 밤도 있다.
까만 껍질의 그 벌레 말고
애벌레 같은 작은 몸에서
빛이 나서
그때 처음 알았다.
빛은
꼭 그런 모양일 필요는 없다는 걸
어릴 때의 것들은
대부분
가서 보면 끝이 났다.
확인하면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얼굴 위에
다른 얼굴을 쓰고
불안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하루가 지나간다.
그래서
나는 가끔
하늘을 본다.
여전히 그 자리에
달이 떠 있다.
움직이는 건 나인데
달 하나가 퇴근길을
따르는 것 같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