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 달빛 켜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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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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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물살 속에서
나는 오래 서 있었다.
살아낸다는 말은
대개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발밑이 사라졌다.
폭포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래로
몸이 통째로 떨어졌다.
숨을 얕게 줄이고
눈을 흐리게 감고
감각을 하나씩 접었다.
아프지 않기 위해
살아 있기 위해
물밑에서
나는 거의 돌처럼 있었다.
충분히 가라앉은 뒤에야
발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거기에는
조용한 물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잔잔한 호수 하나
물에서 나온 나는
작은 방에 앉아
사람을 기다린다.
내가 부담 없이 숨 쉴 수 있는 자리
내가 나로 있어도 되는 자리
내 자리에서 고개를 들면
둥근 거울 하나
그 가장자리에 앉은 흰 나비 두 마리
벽을 따라
천천히 날아가는 날개들
달빛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옷걸이에 기대어
조금 늘어진 식물 하나
나는 매일
그 풍경 속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공기는
온도와 습도로
조용히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고
아무것도 나를 증명하라 하지 않는 곳
그저
앉으면 좋은 자리
폭포 끝에서
나는
이 호수를 얻었다.
그리고 안다.
이제 어디로 가든
이 물결 하나쯤은
내 안에 함께 흐를 거라는 걸
나는
오늘도
조용히
여기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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