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충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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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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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데
마음은 늘
내 집에 산다.
낡은 아파트 복도 끝
현관문을 열면
나무들이 먼저 인사하고
산이 오늘 날씨를 건넨다.
나는 여기 세입자인데
새들은 나를 주인처럼 대한다.
냉장실엔
시금치랑 무
냉동실엔
고등어 몇 마리
딱히 살 건 없다.
다섯 시가 되면
흰 운동화, 청바지 차림으로
시장까지 걷는다.
장을 본다기보다
저녁 공기를 들이마시며
산책한다.
귤 한 봉지
두부 한 모
계획에 없던 과자 하나
그 정도면
오늘도 충분하다.
많이 가진 적은 없지만
비어 있다는 느낌도 없다.
통장은 얇고
마음은 자꾸 넓어진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
나는
세입자가 아니라
여기
잠깐 놀러 온
산장 주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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