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가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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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 충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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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18 조회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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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데
마음은 늘
내 집에 산다.


낡은 아파트 복도 끝

현관문을 열면
나무들이 먼저 인사하고
산이 오늘 날씨를 건넨다.


나는 여기 세입자인데
새들은 나를 주인처럼 대한다.


냉장실엔
시금치랑 무

냉동실엔

고등어 몇 마리
딱히 살 건 없다.


다섯 시가 되면
흰 운동화, 청바지 차림으로
시장까지 걷는다.


장을 본다기보다
저녁 공기를 들이마시며

산책한다.


귤 한 봉지
두부 한 모
계획에 없던 과자 하나


그 정도면
오늘도 충분하다.


많이 가진 적은 없지만
비어 있다는 느낌도 없다.


통장은 얇고
마음은 자꾸 넓어진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

나는
세입자가 아니라

여기
잠깐 놀러 온
산장 주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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