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가만함
4막 가만함
4막 가만함

189. 비교가 사라진 오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22 조회65회 댓글0건

본문

오늘 오후 

나는

누구와도 나를 견주지 않았다.


예전에는

모임이 끝난 자리마다

이름들이 따라왔다.


누구 아들은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하고,

누구 딸은 전문 자격증을 땄다 하고,

누구 남편은 승진했다 하고,

누군가는 더 넓은 집으로 옮겼다 하고,

기념일엔 어떤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듣지 않으려 하면서도

집에 돌아와

그 말들 속에서

나의 위치를 다시 세었다.


앞섰는지

늦었는지

부족한지.


타인의 소식 위에

내 하루를 

올려놓곤 했다.


지금은

그런 자리에 자주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늘 오후는

조용했다.


세상과 조금 멀어진 건 아닐까

스쳐 지나갔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들리지 않는 말들 대신

내 숨이 또렷했고

기울어 드는 빛이

내 어깨 위에 가만히 놓였다.


그때 알았다.


비교가 사라진 이유는

세상과 멀어져서가 아니라

내 안에

단단히 앉아 있는

나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앞서지 않아도

뒤처지지 않아도

나는 그냥

여기 앉아 있었다.


오늘 오후 

나는

나를 재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