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 안경 너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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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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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처음 안경을 썼다.
나는 빨간 안경을 쓰고
세상을 조금 더 또렷이 보았지만
파란 세상은 보라빛으로 번졌다.
좁은 틈 속 시선
조심스레 손을 뻗어 세상을 더듬었다.
도수와 색이 바뀌고
테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 맞는 시선을 찾아갔다.
왜곡된 오목도
과장된 볼록도 아닌
감정에 휩쓸린 확대도
회피로 축소한 왜곡도 아닌
정화된 뒤 남는
조용한 평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현미경 속에 갇히지 않고
돋보기로 넓히되
그 너머를 잊지 않으며
확대와 축소를 오가며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본다.
렌즈를 바꾸고
라식을 하고
다시 안경을 쓰는 동안
시선은 늘 조금 흐르고
조금 가려졌지만
이제 나는
투명한 렌즈를 통해
좋은 것도
불편한 것도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
그 평평한 시선 위에
나라는 풍경이 조용히 놓인다.
그리고 그 평면은
아무것도 왜곡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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