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막 존재
5막 존재
5막 존재

187. 가진 것의 이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31 조회58회 댓글0건

본문

젊은 시절

나는 더 많이 쥐고 싶었다.


그때의 나는

바삐 사는 것을 

성실이라 믿었다.


채워야 안심이 되었고

앞서야 안전할 것 같았다.


내 욕망은

아이들에게 덧씌웠고

남편에게 아쉬웠고

그래서 자신을 더 밀었다.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불안이 더 가까웠다.


몇 해 전

사건은 한꺼번에 왔고

손에 쥔 것들은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그때 보았다.


내가 세운 많은 것들이

단단한 땅이 아니라

모래성 위에 있었다는 걸.


분노했고

세상을 원망했고

나를 오래 미워했다.


그러나

잃은 것만 있었던 건 아니다.


박사를 얻었고

상담사의 길을 얻었고

마음을 듣는 귀를 얻었다.


가진 것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오래 들여다본 끝에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고요를 만났다.


지금의 나는

화려하지도 않고

완전하지도 않다.


욕망은 여전히 남아 있고

때로는 흔들린다.


하지만

모래 위에 서 있지는 않다.


이 평화가

억지로 만든 평온이 아니라

통과 끝에 남은 숨이라는 걸 안다.


이 정도면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