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막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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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그냥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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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32 조회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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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어딘가에 닿아야

비로소 시작일 줄 알았다.


더 넓은 집

더 또렷한 이름

더 단단한 관계


조금만 더 가면

안심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늘

지금은 통과 중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힘을 빼지 못해 돌아온 밤에도

성과가 빛나던 날에도

상처가 길게 드리우던 날에도


나는 여러 번

늘어났고

여러 번

줄어들었다.


앞섰다고 믿던 날에도

밀려났다고 느끼던 날에도

존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떠나온 것들이

나를 줄인 줄 알았는데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늘

여기 있었다.


분진이 날리던 작은 방에서도

정리하며 들어간, 오래된 아파트에서도

루이가 무릎 위에서

숨을 고르던 순간에도


삶은

다음이 아니라

여기였다.


잘되지 않아도

완전히 채워지지 않아도

문장이 끝나지 않아도


숨은

지금

여기에서 쉬어졌다.


어디에 닿지 않아도

이미 닿아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말을 덜어낸다.


버티는 것도 아니고

증명하는 것도 아닌


그냥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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