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이름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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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6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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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나보다 먼저 불렸다.
은은하고
무난한 소리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쉽게 섞이고
지워지는 얼굴
나는
그 이름으로
잘 살아냈다.
비가 오면
먼저 나갔다.
젖은 어깨로
길을 내고
울음을 삼키고
감정을 묻었다.
하루에
수없이 많은 일을 하고
허리를 펼 때마다
하늘이
잠깐 열렸다.
산책길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는 흙을 파고
자기 몫을 묻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시
햇빛 속을 걷는다.
나는
오래 그 등을 보았다.
그날 이후
나를 지우는 문장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은숙을 덮고
여원이라 적었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내 이름을 쓰듯
이제는
필요한 만큼만 파고
손을 털고
천천히 걷는다.
비를 맞는 사람이 있어도
뛰지 않는다.
얼굴을 보고
그때
우산을 편다.
지워지지 않는 목소리로
오늘도
한 줄씩
나를 다시 쓴다.
나는
내 이름의
다음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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