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구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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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이름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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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6 05:13 조회38회 댓글0건

본문

내 이름은
나보다 먼저 불렸다.

 

은은하고
무난한 소리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쉽게 섞이고
지워지는 얼굴

 

나는
그 이름으로
잘 살아냈다.

 

비가 오면
먼저 나갔다.

 

젖은 어깨로
길을 내고

 

울음을 삼키고
감정을 묻었다.

 

하루에
수없이 많은 일을 하고

 

허리를 펼 때마다
하늘이
잠깐 열렸다.

 

산책길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

 

고양이는 흙을 파고
자기 몫을 묻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시

햇빛 속을 걷는다.

 

나는
오래 그 등을 보았다.

 

그날 이후

 

나를 지우는 문장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은숙을 덮고
여원이라 적었다.

 

처음으로
내 손으로
내 이름을 쓰듯

 

이제는

 

필요한 만큼만 파고
손을 털고
천천히 걷는다.

 

비를 맞는 사람이 있어도
뛰지 않는다.

 

얼굴을 보고
그때
우산을 편다.

 

지워지지 않는 목소리로


오늘도
한 줄씩

나를 다시 쓴다.

 

나는


내 이름의
다음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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