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형태를 바꿔 살아남은 자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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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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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칠판과 출석부로 세워진 교실에서
원인을
내 쪽으로 돌리는 법을 배웠다.
그곳에서
부끄러움은
피부보다 먼저 기억했고
말보다 오래 남았다.
초1의 어느 날
형태가 꺾였다.
한 교사의 입꼬리가
내 위로 올라섰고
나는
내 안으로 접혔다.
어느 날
다른 한 교사가
학용품을 건네며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거라.”
그 말은
구원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지지대였다.
그 뒤로 나는
바람이 세질 때마다
같은 나무에서
잎의 모양을 바꿔
다른 방향으로 흔들렸다.
폭력을 알아보았지만
내 입에는
확성기 대신
침묵이 놓였다.
몸이 기억한 지도대로
길은 이어졌고
어느 순간
멈췄다.
길이 막혀서가 아니라
몸이
그 지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경멸은
내 것이 아니라
던진 자의 그림자라는 것을
나는 이제
그 그림자를
내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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