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포개진 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6 05:52
조회44회
댓글0건
관련링크
본문
낮은 옥상
손끝으로
씨방을 톡 치면
마른 소리와 함께
씨앗이 흩어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작은 점들이 떨어진다.
다음 해를 향해
흙이 조용히 부푼다.
봄바람이
볼을 스치고
머리카락 몇 가닥이
빛 속에서 풀린다.
나는
그 사이에 서 있다.
손등 위에 남은 온기
발밑에서 올라오는 기척
한번 지나간 장면이
다른 결로 겹쳐진다.
낮의 빛 위에
어제의 냄새가 얹히고
지금의 숨 사이로
먼 시간이 스며든다.
겹쳐진 자리에서
나는
조금 멈춘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채
가볍게 내려앉는 것들
흩어지던 씨앗
스치던 바람
남아 있던 온기
그것들이
시가 되고
몸의 움직임이 되고
입 밖으로 흐르는 소리가 된다.
나는
안과 밖이 만나는 자리에서
조용히
함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