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몸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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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수제비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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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01 조회72회 댓글0건

본문

멸치 육수 향이

코끝을 스치고

깨소금 고소함이

입안을 감싼다.


작게 썬 땡초의 알싸함,

감자와 단호박

버섯은 한 조각

수란은 한 개

얇게 뜬 수제비가

그릇 안에서 

부드럽게 겹친다.


어린 나는

엄마의 능숙한 손끝 앞에서

잠시 작아졌다.


아빠의 칭찬이

엄마에게 머무는 동안

내 안 어딘가가

조용히 오그라들었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괜히 한발 물러선 느낌


그런데도

따끈한 국물은

아무 편도 들지 않고

나를 데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 손끝에도 

하루의 무게가 얹혀 있었다는 걸


지금, 딸은

내가 무언가를 능숙하게 해낼 때

잠시 숨을 고른다.


생각이 밀린 자리에서

아빠 과자를 집어 들며

작은 자리를 만든다.


그 순간 

나는 본다.


몸에 남아 있던 오래된 기억이

딸의 어깨 위로

겹쳐 앉으려는 것을


넘어서길 바랐는데

내 능숙함이 

또 하나의 기준이 될까 봐.


따뜻한 국물보다 먼저 

미안함이 

목을 스친다.


그래도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의 칭찬을

가져오지 않아도

먼저 선택받지 않아도

너는 이미

충분하다고


어린 나와

지금의 나와

딸의 숨이


한 그릇 안에서

조용히

서로를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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