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둥글게 말린 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0:57
조회64회
댓글0건
관련링크
본문
할아버지는
벤치에서 굽은 채 아이를 보고
아이는
모래를 굽은 채 퍼 담는다.
둘 사이에
늦은 햇살이 고여 있다.
모래성이 무너지자
같이 웃는다.
누가 시작일까.
젊은 사람들은
어른을 꼰대라 하고
어른은
젊은 사람을 철부지라 한다.
하지만
노인과 아이는
오래 잘 논다.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한 때
시간이 앞으로 흐른다고 믿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어른에서 노인으로
멀어지는 일이라고
그런데
끝과 끝을 붙이면
선은
조용히
원이 된다.
아이는
아직 몰라서 가볍고
노인은
이제 알아서 가볍다.
우리는
끝을 향해 가는 줄 알았는데
자꾸
처음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해 질 무렵
늙은 고양이가
햇살 속에 몸을 말고 잠든다.
나는 그 옆에 앉아
오늘도
동그란 시간 속에
조금 더
처음에 가까워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