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말린 어깨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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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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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는
늘 조금 안쪽으로 말려 있었다.
몸이 먼저
사과하는 모양으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흔들리는 쪽을 먼저 보고
빈자리를 먼저 채우고
말 없는 긴장을
등에 얹었다.
그러다 보니
어깨는 자주
작아졌다.
집 안에서
설거지 물소리와 함께
하루가 끝났고
누군가는
내가 미뤄둔 일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 밤마다
나는
더 혼자였다.
오래 그렇게 살다 보니
책임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자세가 되었다.
거울 속 나는
늘 조금
웅크린 채 서 있다.
딸의 어깨는
나보다 넓다.
물결을 가르며
곧게 펴진 등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저릿하다.
내가 접어둔 시간이
저 아이 몸에서
다시 펴지는 것 같아서
어느 날
문득
힘을 빼 보았다.
아무것도 맡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는데
세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제야
천천히
어깨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나는
처음으로
내 무게만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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