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외피 아래 접힌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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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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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외피를 먼저 깔아야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설 수 있었다.
말보다 먼저
다림질된 표정
흔들리지 않는 어조
설명으로 매끈해진 문장들
그것들이
나의 출입증이었다.
진짜 감정은
급히 접어 넣은 편지처럼
사라지지 않고
눌린 채 남아 있었다.
숨을 낮추고
판단 온도를 식히고
욕구의 부피를 줄이다 보니
나는
점점
평면이 되었다.
오래 접힌 종이처럼
원래의 두께를
잊은 채
겉은 차분했지만
안에서는
겹친 감정들이 부딪혀
작게 튀었다.
말은 흩어지고
관계는 자주
어긋났다.
성숙하다는 말이 놓인 자리에서
아무도
내 안의 밀도를 묻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나를 얇다고 믿었다.
그런데도
아이들과 뒤엉켜 웃던 오후
목청껏 뛰던 숨
젖은 땀 냄새
그 장면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납작해진 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접혀 있던 것
나는
천천히
한 번 더
나를 펼친다.
외피 아래
여전히 두꺼운
나의 밀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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