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잡채, 절차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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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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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우리 가족은
잡채를 함께 만든다.
장바구니 속
당면과 당근,
양파와 고기,
파, 버섯, 시금치.
사위는 칼을 들고
딸은 팬 앞에 선다.
도마 위에서
당근은 단단한 소리를 내고
양파는 맵게 숨을 풀고
고기는 윤기를 드러낸다.
나는 옆에서
재료를 건네고
불의 세기를 살핀다.
팬 위로 향이 오르고
기름 튀는 온기가 손등에 닿는다.
“작아서 잘 안 잡혀”
“당면 두께에 맞췄어”
웃음이 스치고
행동은 가볍고
말은 증기처럼 번진다.
간장과 설탕
깨소금과 참기름이 더해지면
서로 다른 결들이
천천히 한 맛으로 어우러진다.
하루가 지나
다시 불 위에 올리면
당면은 더 투명해지고
채소는 낮은 숨으로 섞이고
고기는 깊은 향을 남긴다.
한 입을 삼키면
손이 먼저 기억한다.
몸속 어딘가에서
그날의 부엌이
다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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