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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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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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오래도록
큰 것만 남는다고
착각해온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밀려났다.
짧게 닿는 건
가볍다고 오해됐고
정확히 맞는 건
차갑다고 불렸고
오래 남는 건
즉각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치 없다고 밀려났다.
그래서 감정의 밀도는
조용해서 선택되지 않았고
정확해서 오히려 무시되었다.
앞자리를 양보한 채
소란의 뒤편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했다.
박수보다 늦게 오고
설명 없이 남아
몸 안쪽에만
조용히 울리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게 아니라
숨겨졌던 것들
내가 조용해지자
마모되지 않고 남은 밀도는
앞으로 한 발 나온다.
뒷전이었던
짧게 닿고
정확히 맞고
오래 남는 그 밀도를
나는 애도한다.
애도는 늦게 알아본 것들에 대한
가장 정직한 인사니까.
이제 나는
손뼉보다 먼저
이미 안쪽에서 울렸던
내 안의
작고 정확한 존재들을
앞으로 와도 된다고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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