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093. 숨겨진 것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30 조회64회 댓글0건

본문

세상이 오래도록

큰 것만 남는다고

착각해온 자리에서

나는 조용히 밀려났다.

 

짧게 닿는 건

가볍다고 오해됐고

정확히 맞는 건

차갑다고 불렸고

오래 남는 건

즉각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치 없다고 밀려났다.

 

그래서 감정의 밀도는

조용해서 선택되지 않았고

정확해서 오히려 무시되었다.

앞자리를 양보한 채

소란의 뒤편에서

자기 일을 묵묵히 했다.

 

박수보다 늦게 오고

설명 없이 남아

몸 안쪽에만

조용히 울리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게 아니라

숨겨졌던 것들

 

내가 조용해지자

마모되지 않고 남은 밀도는

앞으로 한 발 나온다.

 

뒷전이었던

짧게 닿고

정확히 맞고

오래 남는 그 밀도를

나는 애도한다.

 

애도는 늦게 알아본 것들에 대한

가장 정직한 인사니까.

 

이제 나는

손뼉보다 먼저

이미 안쪽에서 울렸던

내 안의

작고 정확한 존재들을

앞으로 와도 된다고

허락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