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171. 거기 있어도 괜찮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35 조회70회 댓글0건

본문

네 살의 나는

댓돌 위에 앉아

빵 하나를 쥐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주히 오갔고

집 안에서는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여기 있으라는 말을

세상의 규칙처럼 붙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일어나지 않았고

걱정됐지만 묻지 않았다.

 

그 작은 몸은

복종이 아니라

생존을 선택했다.

 

그날은

거기 있어도 괜찮았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또 한 번

먼지와 소음 속에서

가만히 서 있는 법을 꺼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이곳에서 꺼내주길 바라면서도

결국 나는

나를 붙들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과거를 풀어주는 힘과

현재를 열어젖히는 힘이

같은 손에 있다는 것을

 

그때는

거기 있어도 괜찮았고

 

이제는

가고 싶다면

가도 된다.

 

네 살의 나와

쉰다섯, 그때의 내가

같은 손을 잡고

조용히 한 발을 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