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3막 경계의 형성

182. 불을 켜두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35 조회65회 댓글0건

본문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안방 벽에는

안으로 움푹 들어간 사각 창 아래

호롱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새벽이면

부모님은 먼저 일어나

부엌으로 가셨다.

 

방 안에 남겨진 우리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그 불은

우리를 위해

미리 켜져 있었다.

 

나는 어렴풋이 눈을 뜨면

엄마가 그릇을 놓는 소리

밥이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

부모님이 두런두런 나누는 말소리를 들었다.

 

불빛은 크지 않았지만

그 아침은 충분히 밝았다.

 

아직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시간

 

불을 켜둔다는 것은

누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아직 깨어나지 않은 마음을

조용히 지켜주는 일이라는 걸

이제 안다.

 

나는

쉽게 불을 끄지 않는다.

 

아직 잠들어 있는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