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경계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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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7. 흰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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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08 조회71회 댓글0건

본문

염색약을 바르다가

거울 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처럼

흰머리를 오래 들여다본다.

 

어느새

엄마 나이가

내 머리 위로 올라와 있었다.

 

문득

생각난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내 머리를 땋아주었고

 

조금 자란 나는

엄마의 흰머리를 찾았다.

 

하나에 십 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르마를 헤치고

보물찾기 하듯

반짝이는 것을 골라냈다.

 

뿌리를 잡아당기면

뿌리의 끈끈한 살이

안방 창에

자석처럼 착 붙었다.

 

가로로 붙는 것도 있고

힘없이 늘어지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소리도 없이 붙었다.

 

동생과 개수를 세며

괜히 손이 바빠지고

가끔 검은 머리카락을 뽑으면

슬며시 바닥에 버렸다.

 

한 올씩 사라질 때마다

엄마가

조금 젊어지는 것 같았다.

 

그 시간은

놀이였고

용돈이었고

엄마와 나란히 앉던 휴식이었다.

 

사랑은

가만히

방향을 바꿨다.

 

돌봄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안다.

 

거울 속에서

염색약을 헹구며

 

나는

문득

엄마의 머리를

다시 만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흰머리는 염색약 아래

잠시 사라지고

 

내 손에는 아직

시간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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