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닿기 위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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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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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비늘 번지는 강 위로
용의 몸 같은 저녁이 길게 눕는다.
서쪽에서 온 바람은
갈대를 스치며
잠시 제 모양을 잊는다.
강물의 깊이를 부러워하고
흔들리는 잎의 몸짓에 마음을 빼앗겨
자기 아닌 것에 머물려 할 때
흐름은 잠시 멈춘 듯 보이고
바람은 가벼운 한숨이 된다.
그러나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를 뿐
바람은 흐르는 존재
씨앗을 옮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장을 돕는다.
붙잡지 않기에 더 깊이 닿고
놓아주기에 더 멀리 간다.
세게 불어 길을 열기도 하고
조용히 창을 열어 들이쉬게도 하며
모양 없이 방향을 만든다.
멈추지 않기 위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닿기 위해 흐른다.
강이 바다에 스미고
빛이 사물에 머물 듯
흐름은 혼자 완결되지 않는다.
닿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서로의 숨이 이어지는 자리.
우리는 각자의 본질로 흐르면서
서로를 살리는 방향으로
조용히 이어져 있다.
그래서
걸림 없이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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