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7. 흰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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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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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약을 바르다가
거울 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처럼
흰머리를 오래 들여다본다.
어느새
엄마 나이가
내 머리 위로 올라와 있었다.
문득
생각난다.
아주 어릴 때
엄마가 내 머리를 땋아주었고
조금 자란 나는
엄마의 흰머리를 찾았다.
하나에 십 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르마를 헤치고
보물찾기 하듯
반짝이는 것을 골라냈다.
뿌리를 잡아당기면
뿌리의 끈끈한 살이
안방 창에
자석처럼 착 붙었다.
가로로 붙는 것도 있고
힘없이 늘어지는 것도 있고
어떤 건 소리도 없이 붙었다.
동생과 개수를 세며
괜히 손이 바빠지고
가끔 검은 머리카락을 뽑으면
슬며시 바닥에 버렸다.
한 올씩 사라질 때마다
엄마가
조금 젊어지는 것 같았다.
그 시간은
놀이였고
용돈이었고
엄마와 나란히 앉던 휴식이었다.
사랑은
가만히
방향을 바꿨다.
돌봄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안다.
거울 속에서
염색약을 헹구며
나는
문득
엄마의 머리를
다시 만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흰머리는 염색약 아래
잠시 사라지고
내 손에는 아직
시간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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