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잃은 것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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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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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집을 점점 넓혔다.
18평 신혼집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24평
32평
49평까지
가진 것이 늘수록
방도 늘었다.
달팽이가 집을 점점 키우다가
움직이지 못해 죽고 만다는 이야기처럼
나도 그 무게 안에 갇힐까 두려웠다.
그러다
힘든 일이 한꺼번에 왔다.
한바탕 울고 난 뒤
20평 남짓한 빌라로 옮겼다.
분진과 소음 속에서
책상 하나
침구 하나 놓인 방에
얼떨떨하게 앉아 있었다.
이미 많이 애도했지만
가끔은 또 눈물을 훔쳤고
그래도
또 살아지겠지
속으로 중얼거렸다.
책과 엘피판은
끝내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24평 오래된 아파트로 다시 옮겼다.
이번에는
넓히려는 마음이 아니라
정리하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필요한 것만 두고
가구는 작게
물건은 적게
빈 공간이 남았고
그 자리를
굳이 채우지 않았다.
비워진 자리는
허전함이 아니라
숨 쉴 틈이 되었다.
잃은 것의 빈자리에서
나는
덜어낸 채로 사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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