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가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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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미룸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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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7:57 조회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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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노트북과 내 몸과 의자가

한 덩어리가 된다.

 

해야 할 일은

며칠째

그 자리에 놓여 있다.

 

하나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오늘 몫의 두 가지도

조용히 미뤄둔다.

 

나는 가만히

몸을 살핀다.

 

키보드 위 손가락

세 개의 반지

 

왼손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올리고

오른손은

마우스를 조금 움직인다.

 

숨이 올라오고

손끝이 아주 조금 떨린다.

 

‘지금 해야 하는데’

아주 오래된 목소리가

몸 어딘가에서 따라온다.

 

손끝에 온기가 돈다.

 

지나간 시간들이

잠깐 스쳤다가

천천히 흩어진다.

 

의자 위에는

지금의 나만 남는다.

 

홈페이지와 상담일지

정리하지 못한 블로그 글들

 

그것들은

나를 재촉하지 않고

 

나는

내 호흡만큼만

천천히 움직인다.

 

허리를 세우고

발을 바닥에 붙인다.

 

발끝은 조금 차갑고

마음은 느슨하다.

 

미루던 마음이

가볍게 풀린다.

 

이제

아주 작은 일 하나를

조용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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