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불을 다 켜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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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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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동짓날에는
열두 시 전에 잠들면 안 된다고 했다.
온 집안의 불을 다 켜놓고
어둠을 밀어내듯
붉은 팥을 끓이던 밤
마음은 더 깨어 있고 싶었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이불 속으로 스며들던 아이
팥죽은
달콤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으나
그 밤의 공기와 함께
의식이 되었다.
붉은빛이
어둠을 막아준다는
작은 믿음
어제 못 먹은 팥죽을
하루 늦게 떠먹으며
나는 알았다.
이건 액막이가 아니라
흐름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불을 다 켜지 않아도
어둠이 지나간다는 걸 아는
어른의 한 숟갈을
목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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