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한 끼를 위한 부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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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3-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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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김장철이면
부엌은 늘 북적였다.
거실엔 웃음이 넘치고
김치와 수육 냄새가
방문 틈으로 흘러나왔다.
젖은 손등
끓는 냄비 소리
분주한 발걸음 사이
나는
싱크대 모서리에 기대
조용히 보았다.
지금의 부엌은 작다.
붉은 고춧가루
노란 배추
작은 김치통 두 개
음악을 틀어두면
칼과 도마가
리듬을 탄다.
썰고
담고
천천히 씻는 동안
손끝이 먼저
하루를 풀어낸다.
문득 음식 재료에서
젊은 엄마의 옷이 떠오른다.
초록 재킷
노란 스카프
팥죽색 꽃무늬 원피스
부엌 한쪽에서
등을 보이던 사람
그 등을
나는 아직도
이름처럼 부르지 못한다.
오늘 한 끼는
갓 담은 배추김치
노란 속살의 고구마 몇 알
분홍 아까무스 한 접시
초록 매생이국
색들이 섞이며
저녁이 되고
작은 식탁 위에
한 끼가 놓인다.
김장을 만드는
이 공간은
이제
내가 놀 수 있는
시간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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