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괜찮음 너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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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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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길을 오래 걸어
나는
앞을 볼 틈이 없었다.
살아남는 일에
숨을 다 썼다.
등대가 없었던 게 아니라
고개를 들 여유가 없었다.
집 안에는
조용한 사람 하나
단단한 사람 하나
그 사이에서
나는
혼자 서는 법을 먼저 배웠다.
강해지는 일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울지 않는 얼굴이
내 표정이 되었다.
몸은 가만한데
머릿속만
밤새 달리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 몇 개가
목 안에서
시멘트 덩어리로 남았다.
미루고
또 미루며
나는
나중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아무도 없는 자리
가만히 서 있는데
이상하게
괜찮다.
버텨온 시간이
천천히
등 뒤에 내려앉는다.
잘 견뎌온 뒤안길
조금
고개를 든다.
별 하나가
늦게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빛 아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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