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막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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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괜찮음 너머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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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6:58 조회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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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길을 오래 걸어

나는

앞을 볼 틈이 없었다.

 

살아남는 일에

숨을 다 썼다.

 

등대가 없었던 게 아니라

고개를 들 여유가 없었다.

 

집 안에는

조용한 사람 하나

단단한 사람 하나

 

그 사이에서

나는

혼자 서는 법을 먼저 배웠다.

 

강해지는 일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울지 않는 얼굴이

내 표정이 되었다.

 

몸은 가만한데

머릿속만

밤새 달리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 몇 개가

목 안에서

시멘트 덩어리로 남았다.

 

미루고

또 미루며

 

나는

나중으로 밀려났다.

 

그러다 문득

걸음을 멈춘다.

 

아무도 없는 자리

가만히 서 있는데

 

이상하게

괜찮다.

 

버텨온 시간이

천천히

등 뒤에 내려앉는다.

 

잘 견뎌온 뒤안길

조금

고개를 든다.

 

별 하나가

늦게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빛 아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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