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목 안쪽에서 머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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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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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무렵
노랗게 물든 가로수를 보며
아들은 말했다.
“엄마, 나무가 옷을 갈아입었어.”
나는 웃었고
그 말은
잠깐 공중에 떠 있다가
어디에 둘지 몰라
그대로 지나갔다.
청소기를 보며
뱀이 먼지를 먹고 간다던 날도
나는 아이를 보았지만
아이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결핍 없이 키우고 싶어
나는 늘 밖으로 달렸고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
하루를 잘게 나눠 쓰느라
마음은
항상 다음 일정에 가 있었다.
아들은 자라
거리에서 노래했고
작은 무대 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
나는
기특함과 불안을
한 손씩 나눠 들고
멀찍이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독립하던 날
공항 정차장
차 문을 닫고
돌아서 걷다가
주머니 속 용돈 봉투를
다시 접어 넣었다.
말은 다 했는데
한마디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랑해
그 말은
목 안쪽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들은
내가 건너지 못한 길을
자기 속도로 걸어가고
나는
그 뒷모습을
붙잡지 않고
오래 바라본다.
함께 있었으나
같이 있지 못했던 시간
지워지지 않고
늦은 햇살처럼 남아
지금의 나를
조용히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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