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막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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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목 안쪽에서 머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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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5 07:03 조회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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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무렵

노랗게 물든 가로수를 보며

아들은 말했다.

 

“엄마, 나무가 옷을 갈아입었어.”

 

나는 웃었고

그 말은

잠깐 공중에 떠 있다가

어디에 둘지 몰라

그대로 지나갔다.

 

청소기를 보며

뱀이 먼지를 먹고 간다던 날도

나는 아이를 보았지만

아이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결핍 없이 키우고 싶어

나는 늘 밖으로 달렸고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직장인

하루를 잘게 나눠 쓰느라

마음은

항상 다음 일정에 가 있었다.

 

아들은 자라

거리에서 노래했고

작은 무대 위에서

자기 목소리를 냈다.

 

나는

기특함과 불안을

한 손씩 나눠 들고

멀찍이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독립하던 날

공항 정차장

 

차 문을 닫고

돌아서 걷다가

주머니 속 용돈 봉투를

다시 접어 넣었다.

 

말은 다 했는데

한마디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랑해

그 말은

목 안쪽에서 오래 머물렀다.

 

아들은

내가 건너지 못한 길을

자기 속도로 걸어가고

 

나는

그 뒷모습을

붙잡지 않고

오래 바라본다.

 

함께 있었으나

같이 있지 못했던 시간

 

지워지지 않고

늦은 햇살처럼 남아

지금의 나를

조용히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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