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리로 돌아온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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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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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음의 자유’를 알아차린 순간,
무언가를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그동안
모르기 때문에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 관계는 어디로 갈지.
알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런데 문득
나는 내 마음도 다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알고,
앞으로의 삶까지 알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간인데
무언가를 미리 알아내고 결정하려고
마치 신처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몰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몰라.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른다.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알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인정에서 끝나지 않았다.
몰라.
그러니 지금 알 필요도 없다.
앞으로 알게 될 것을
지금 미리 알아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채로 두어도 된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미래를 궁금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미래를 미리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고,
그 일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지금의 선택까지 결정하려 했다.
그러느라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놓치고 있었다.
‘몰라’라고 알아차린 순간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편안했다.
아무것도 붙잡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유로웠다.
마치 계속 내가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고삐를
그제야 놓은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담자에게
사람이 자신을 마치 신처럼 여기면서
모든 것을 알고, 판단하고, 통제하려 할 때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이야기해왔다.
내담자가 모든 것을 알려고 할 때는
그 마음을 불안과 통제의 방식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 안에 있는 비슷한 움직임에는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었던 것 같다.
통찰이라고 생각했고,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고,
이해하려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깊이 들여다보는 사람이니까.
상담사로서 알아야 하니까.
이해해야 다음을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 문득
그 둘이 하나로 보였다.
아, 나도 모르기 때문에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구나.
나는 인간인데
신의 일을 하고 있었구나.
그 생각이 너무 우스웠다.
나는 내 마음도 모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다 알 수 없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부족함이 아니었다.
그게 인간이었다.
모든 것을 알지 않아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고,
그때그때 선택할 수 있고,
살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다.
알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채 살아가다가
그때 알게 되는 것도 삶이었다.
어쩌면 삶은
미리 알아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더 알아낸 것이 아니라
알아내야 한다는 마음에서 벗어났다.
모르는 것을 인정했더니
미래를 미리 살아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인간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자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다.
몰라.
그래도 된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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