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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신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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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10-05 22:02 조회14회 댓글0건

본문


술이나 도박, 담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을 보면
흔히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독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을 스스로 달래고 조절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지 않는다.


불안할 때 누군가가 안아주고,
배고플 때 먹여주고,
무서울 때 곁에 있어 주고,
실망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나를 달래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나를 달랠 수 있게 된다.


외부에서 받았던 위안과 조절의 경험이
내 안의 기능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인이 된 뒤에도 자신의 불안이나 공허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때 사람은
자신을 대신해줄 무언가를 찾는다.


술은
긴장을 낮추고 마음을 무디게 한다.


담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가라앉히게 한다.


도박은
지루함과 무기력 속에 긴장과 기대를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그것이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로 있기 위해 그것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술이 나를 달래주고,
담배가 나를 진정시키고,
도박이 나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해준다.


내가 해야 할 일을
그것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을 끊는 일이 어려운지도 모른다.


단순히 술을 끊고
담배를 끊고
도박을 끊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대신하고 있던 기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자리에
불안과 공허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밖에서 무언가를 계속 쏟아 넣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다시 불안해지고,
다시 허전해지고,
다시 무언가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또 붓는다.


중독은 어쩌면
채우지 못해서 계속 찾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채운 것이 내 안에 머물 수 있는 힘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밖에서 가져오는 것
인지도 모른다.


회복은
그것을 빼앗는 데서만 끝나지 않는다.


술이 하던 일을
내가 조금씩 할 수 있게 되고,


담배가 주던 진정을
내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도박이 주던 기대와 활력을
내 삶 안에서 다시 찾아가는 것.


처음에는 누군가가 나를 달래주어야 했던 사람이
조금씩 자신을 달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나를 대신해주던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대신하고 있던 나의 기능을
다시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것.


어쩌면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그런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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