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써본 사람의 짧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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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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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사람의 말을 들으며 감탄할 때가 있다.
어쩌면 저렇게 복잡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그러면서도 귀에 쏙 들어오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말이 짧다는 것과 짧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처음부터 말이 짧은 사람이 있다.
그 말이 반드시 깊거나 정리된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직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펼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것일 수도 있다.
생각을 길게 해보지 않았고, 여러 방향으로 말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줄일 것도 없는 상태다.
반면 길게 말해본 사람의 짧은 말은 다르다.
그 짧은 말 뒤에는 수많은 문장이 숨어 있다.
충분히 생각해보고, 말해보고, 써보고, 반복해서 설명해본 사람이 어느 순간 핵심만 남겨놓은 말이다.
그래서 짧은 말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짧음은 아니다.
하나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짧음이고, 다른 하나는 충분히 펼쳐본 뒤 압축된 짧음이다.
오래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하면서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최소 두 장을 써본 다음 한 장으로 줄이세요.”
처음부터 한 장을 쓰라고 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쓰기도 전에 문장을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두 장을 충분히 써보면 달라진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에서 반복하고 있는지,
굳이 없어도 되는 문장은 무엇인지,
끝까지 남겨야 할 핵심은 무엇인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두 장을 한 장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각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길게 쓴다.
생각나는 대로 쓰고, 옆길로 새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게 충분히 펼쳐놓고 나서야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
그다음에 덜어내고, 다시 덜어내면서 문장이 짧아진다.
그때의 짧음에는 밀도가 있다.
상담도 비슷한 것 같다.
상담실에서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그 경험을 글로 옮기면서 다시 생각을 정리한다.
글로 충분히 풀어놓은 생각은 어느 순간 한두 문장으로 압축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은 다시 상담실로 돌아온다.
예전보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더 빠르게 구조화할 수 있고,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을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건넬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에게 글쓰기는 단순히 글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상담은 글의 재료가 되고, 글은 상담을 정교하게 만든다.
상담에서 만난 수많은 경험이 글의 재료가 되고, 글을 쓰면서 그 경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그렇게 정리된 생각이 다시 상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된다.
어쩌면 이것이 양 속에 질이 있다는 것이 말과 글에서 드러나는 한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많이 말한다고 좋은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말하고, 충분히 쓰고,
충분히 생각해본 뒤에는 이전과 다른 질의 말과 글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짧은 말을 들으면 그 말의 길이만 보지 않으려 한다.
이 사람은 얼마나 길게 생각해본 끝에 이 말을 하고 있을까.
좋은 짧은 말에는 긴 시간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말과 글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처음부터 짧아지는 법이 아니라,
충분히 길어져본 뒤 자연스럽게 덜어내는 법인지도 모르겠다.
길게 써본 사람의 짧은 말에는, 길었던 생각의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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