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내되 머물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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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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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의 구절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흔히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라고 번역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면서도 아직 온전히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전보다 분명 자유로워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조금씩 배웠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전만큼 흔들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가끔 마음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어딘가에 걸려 있다.
나는 꽤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참여한 곳에 마음을 걸어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좋아할 수 있다.
열심히 할 수도 있다.
애정을 쏟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잘되어야 하고,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나와야 하고,
내가 건넨 마음이 상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돌아와야 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상대에게도 옳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은 어느새 그곳에 머문다.
그래서 요즘 나는 ‘마음을 내는 것’과 ‘마음을 거기에 붙잡아 두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나는 글쓰기가 좋다. 생각을 글로 정리하다 보면 흐릿했던 생각이 선명해지고,
그렇게 정리된 생각은 다시 상담에서 더 정교한 언어가 되어 돌아온다.
이렇게 글쓰기에 마음을 내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어느 순간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이 글은 잘 읽혀야 한다.’
‘내가 쓴 글에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는 마음이 커지면 글쓰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좋아서 하던 일이 어느새 나를 증명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상담도 마찬가지다.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내가 이 사람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어야 한다.”
가 되는 순간 상담의 결과에 마음이 머물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사랑할 수 있지만 상대의 마음까지 내가 결정할 수는 없다.
정성을 다할 수 있지만 그 결과까지 내가 통제할 수는 없다.
내 생각을 말할 수 있지만 상대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상대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을 낸 뒤 결과까지 붙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무소주(無所住)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낸 뒤 그 마음을 붙잡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아무것에도 애착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말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오히려 충분히 좋아하고,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참여하되 그것이 내 존재의 전부가 되지 않게 하는 것에 가깝다.
돈을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게 하지 않는 것.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선택이 나의 존재를 결정하게 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까지 무너뜨리지 않는 것.
이런 것이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여전히 걸린다.
어떤 말에 마음이 걸리고,
어떤 관계에 마음이 걸리고,
어떤 결과에 마음이 걸린다.
그렇다고 이것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예전과 달라진 것은 내가 어디에 걸려 있는지를 조금씩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걸려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면, 이제는 어느 순간
‘아, 내가 지금 여기에 마음을 걸어두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그리고 알아차리는 순간 아주 조금의 틈이 생긴다.
그 틈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다.
꼭 이것이어야 하는가.
꼭 이렇게 되어야 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어쩌면 자유란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계속 무언가에 마음을 낸다.
그러니 어느 정도 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걸린 자리에서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것일 것이다.
마음을 내되 머물지 않는 것.
사랑하되 붙잡지 않는 것.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나를 맡기지 않는 것.
좋아하되 그것이 나의 전부가 되게 하지 않는 것.
아직 나는 이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이 구절이 더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아직은 마음을 내고 나면 자꾸 머물고 싶어진다.
그러나 내가 머물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다시 한 발짝 움직일 수 있다.
어쩌면 그 작은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는 연습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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