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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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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8-19 14:17 조회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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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심리검사를 할 수도 있고, 대화를 통해 알아갈 수도 있으며, 

가계도를 살펴보거나 그 사람이 살아온 사건과 관계를 따라가 볼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증상과 신체적 상태를 검사하고 진단하기도 한다.


최근 여러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투사검사든 객관식 검사든, 가계도든 대화든, 결국 그 결과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이었다.


방법은 다른데 사람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크게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은 그중 마음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감정 하나, 생각 하나, 행동 하나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마음은 그렇게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고, 욕구는 관계와 경험에 연결되어 있다. 

경험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현재의 지각과 해석에 영향을 준다. 

생각은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행동은 다시 관계를 변화시킨다. 

이 모든 과정에는 뇌와 신경계, 몸의 상태가 함께 관여한다.


따라서 사람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특정한 부분만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쉽게 그 부분을 사람 전체로 착각할 수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고 코끼리를 기둥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다리를 정확하게 만졌다는 것과 코끼리 전체를 이해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코끼리의 코를 잘 아는 것은 중요한 전문성이다.


다리를 잘 아는 것도, 귀를 잘 아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코를 만지는 것에 있지 않다. 코를 만지고 그것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치료자는 정서를 깊이 보고, 어떤 치료자는 인지를 깊이 보고, 

어떤 치료자는 애착이나 가족관계를 깊이 본다. 

특정 이론과 한 영역에 통달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전문성이다.


그러나 인간 전체에 대한 이해 없이 그 하나의 렌즈만으로 사람을 바라본다면, 

그 사람이 잘 볼 수 있는 부분이 오히려 그 사람의 전부가 될 위험이 있다.


사고 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생각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안이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정서만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행동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해서 행동만 고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현상이 어느 영역에서 나타난다는 것과 그 원인이 그 영역에 있다는 것은 다르다.


코끼리의 코가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코 자체의 문제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증상 역시 인간 전체의 구조와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사람이 상담실을 찾아오는 고통은 혼자 있을 때 만들어진 고통만은 아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와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직장과 사회 안에서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형성하고 또 상처받는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마음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사람이 속한 관계, 즉 산맥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마음이 하나의 산이라면, 그 사람을 둘러싼 관계들은 산맥을 이룬다.


그래서 상담자는 때로 산 정상에 올라 전체 지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구조를 알고, 그 사람의 삶과 관계가 어떤 지형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곳으로.


정서가 매듭이라면 정서로 내려가고, 관계가 문제라면 관계로 내려가고, 

사고의 어려움이 있다면 사고를 깊이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 내려가서도 그 부분이 사람 전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전문성은 모든 것을 조금씩 아는 것과도 다르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간 다음, 필요한 부분으로 내려가는 능력.


나는 이것이 사람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헬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산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는 ‘돈오돈수’와 같은 경험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산을 직접 걸어 올라가야 한다. 나무를 만나고, 

바위를 지나고, 계곡을 건너고, 능선을 오르면서 산의 구조를 하나씩 경험한다. 

그렇게 올라가 정상에 도착하면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길과 전체 산맥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것이 끝은 아니다.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내려가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의 구체적인 고통을 만나야 한다.


코끼리의 등에 올라가 전체 움직임을 볼 수 있다면, 

코가 아픈 코끼리에게는 다시 코 가까이 내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코끼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은 몸처럼 아픈 부위를 찾아 그 부위만 치료하는 일과는 다르다. 

마음에는 해부학적으로 분리된 ‘감정 기관’이나 ‘사고 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감정, 사고, 욕구, 기억, 관계, 행동이라고 나누어 부르는 것들이 실제 인간 안에서는 서로 얽혀 하나의 체계로 움직인다.


어쩌면 상담은 그 엉켜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좌절된 욕구가 감정으로 남고, 감정이 기억과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나며, 

그 경험이 현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하나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그 매듭과 연결된 다른 실들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가지 검사나 하나의 이론으로 그 사람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 구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움직임이 어떤 관계와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전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필요한 곳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잘 보는가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그 사람의 어느 부분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부분을 깊이 들여다보면서도 고개를 들어 다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것.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코끼리의 한 부분을 정확하게 만지는 능력과, 내가 만지고 있는 것이 코끼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능력을 함께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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