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자유로움에 대한 애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8-13 16:47 조회44회 댓글0건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본문 돌이켜보면 나는 환경에 대해 진작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도, 형제도, 학교도, 사회도 내가 기대했던 만큼 나를 보호해주는 곳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특별히 움츠러들며 살아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로웠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살피지 않았고, 모든 상황을 미리 경계하지도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선택했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아주 얄궂은 일을 겪었다. 그 일을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다. 환경에 기대하지 않는 것과, 환경을 경계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나는 이전부터 환경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환경을 의심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어둘 수 있었다.그런데 한 번 크게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고 나니 마음 한편에 경계가 생겼다.사람을 한 번 더 살피게 되고,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혹시 모를 일을 미리 예상하게 되었다.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 앞에서도 잠시 멈추게 되었다.환경에 대한 기대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환경에 대한 경계가 생긴 것이다.그러면서 이전의 자유로움이 조금씩 줄어들었다.나는 한동안 그것을 단순히 ‘조심스러워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조금씩 신중해지는 것이라고.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었다.나는 한때의 자유로움을 잃어버렸다.세상을 조금 더 가볍게 바라보던 마음, 사람을 지나치게 경계하지 않았던 마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굳이 설명하거나 방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던 마음.그것들이 예전 같지 않았다.우리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 그것을 충분히 슬퍼하기보다 빨리 회복하려고 한다.다시 예전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상처받기 전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번 경험한 일을 경험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그래서 어쩌면 필요한 것은 잃어버린 자유로움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그것을 애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나는 예전 같지 않구나.’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나는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졌구나.’그것을 인정하는 것.그리고 그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일이 남긴 자연스러운 흔적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상처를 입은 뒤 경계가 생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 번 위험을 경험한 마음이 다음에는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그렇게 내가 달라진 이유를 나무라지 않고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나는 이전의 자유로움을 잃었지만, 자유 자체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다른 종류의 자유로움을 찾아가고 있었다.예전의 자유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유였다면, 지금의 자유는 내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내 삶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자유에 가깝다.사람에게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세상이 언제나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예상하지 못한 일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다.이것은 이전의 자유와는 다른 자유다.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현실적이며, 어쩌면 조금 덜 순진하다.그러나 그래서 오히려 더 단단한 자유일 수도 있다.이전의 자유로움은 잃어버렸지만, 다른 종류의 자유로움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잃어버린 것을 모두 되찾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어떤 것은 잃어버린 채로 남겨두고, 그 상실을 충분히 애도한 뒤, 그 자리에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나는 이제 예전의 자유로움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그때의 나를 그리워할 수는 있다. 그 시절의 가벼움과 거리낌 없음을 아쉬워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제는 그때의 자유만이 자유의 전부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한 번 세상의 얄궂음을 경험한 사람이 그럼에도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상처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삶을 선택하고, 경계할 줄 알면서도 마음을 닫아버리지 않는 것.어쩌면 그것이 지금 내가 찾아가고 있는 새로운 자유로움인지도 모르겠다.잃어버린 자유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잃어버린 자유로움을 충분히 애도한 자리에서이제의 나에게 맞는 자유를 다시 만들어가는 것.그것이 어쩌면, 경험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한 가지 방식일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