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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오래된 돌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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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8-03 20:34 조회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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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건강을 관리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려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면, 몸은 머리가 계획하기 이전부터 이미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하루 동안 내가 먹은 것을 기록해 보았다.


특별히 식단을 조절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야겠다는 계산도 없었다. 

그저 배가 고프면 먹고, 더우면 시원한 것을 찾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며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다 보니 공복의 몸이 허기를 알렸다. 

습관처럼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조금 지나니 배에서 음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마침 만들어 둔 카레가 있었다. 

밥은 큰 숟가락으로 한 숟갈 정도였지만, 카레 안에는 당근, 셀러리, 양파, 감자, 고기가 들어 있었다.


출근해서 업무를 정리하고 상담을 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걷다가 들어간 갈비찜 집에서는 평소처럼 갈비를 잘게 썰고, 

콩나물을 듬뿍 넣고, 김가루를 송송 뿌려 밥과 함께 비벼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뭔가 시원한 후식이 먹고 싶었다. 

그때 선택한 것은 복숭아맛 아이스크림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더워서, 혹은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싶어서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날 황도 이야기를 꽤 오래 나누었던 것이 떠올랐다. 

황도의 달콤함과 부드러운 식감, 여름에 차갑게 먹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던 시간이 다음 날의 선택에도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몸은 단순히 배고픔과 갈증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었다.


좋았던 경험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제 맛있게 이야기했던 감각, 마음이 즐거웠던 순간, 다시 만나고 

싶은 향과 맛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오늘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길, 유난히 더운 날씨에 커다란 수박 하나를 사 왔다. 

집에 와서 수박화채를 만들었다. 시원한 사이다를 넣으니 청량감이 더해져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지 않았는데 당분을 많이 먹었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 전체를 돌아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카레에는 채소와 고기가 있었고, 갈비찜에는 단백질과 콩나물이 있었다. 

더운 날에는 수분이 많은 수박을 찾았다. 

특별히 무엇을 챙겨 먹어야겠다고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몸은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오랫동안 몸과 함께 살아왔다.


추우면 따뜻한 음식을 찾았고, 더우면 시원한 것을 찾았다. 

피곤하면 에너지를 채울 음식을 찾았고, 배가 고프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들었다.


몸은 단순히 내가 끌고 가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를 지켜온 동반자였다.


우리는 흔히 몸이 상처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힘들었던 경험이 몸에 남고, 긴장과 불안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몸은 상처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돌보았던 습관도 기억한다.


계절에 맞춰 음식을 찾았던 감각도 기억한다.


좋았던 경험을 다시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기억한다.


어제의 황도 이야기가 오늘의 복숭아 아이스크림으로 이어진 것처럼, 

몸은 나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었던 순간들을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 다시 불러낸다.


몸살림이란 특별한 건강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몸의 지혜를 다시 듣는 일인지도 모른다.


몸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대화하는 것.


몸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쩌면 몸과 더 깊이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돌아보니 나는 내 몸을 완벽하게 관리해 온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되었다.


몸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그리고 조용히 나를 돌보고 있었다는 것을.


몸은 오래된 돌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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