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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감정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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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8-08 11:21 조회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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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관계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건너온 감정일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다.


특히 상대가 강한 억울함이나 분노,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 그렇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그저 그 사람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상대가 느끼는 불안과 분노가 내 안에서도 실제 감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생각에 머물지 않는다.


행동을 만들어낸다.


억울함이 옮겨오는 과정


어떤 사람은 자신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억울하다.”
“사람들은 나를 부당하게 대한다.”
“가만히 있으면 또 당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이 반복적으로 관계 안에서 전달되면, 

상대방은 처음에는 그것을 그 사람의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계가 흐려진다.


“저 사람이 억울한 것이구나.”에서
“나도 혹시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은 아닐까?”로,

“저 사람이 저 사람을 공격할까 봐 두려워하는구나.”에서
“혹시 나도 공격받는 것은 아닐까?”로 이동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때부터 상대의 감정은 더 이상 상대의 것이 아니다.


내가 그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맞추어 현실을 해석하고, 그 감정에 맞는 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관계적 과정을 투사적 동일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내적 경험을 상대에게 투사하고, 

관계 속에서 상대가 그것을 실제로 경험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감정이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가진 심리적 현실이 어느 순간 나의 현실처럼 경험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행동이 될 때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행동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누군가의 억울함을 대신 밝혀주려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막기 위해 먼저 대응하려 하고,


상대가 두려워하는 대상을 나도 두려워하며 방어하기 시작한다.


그때 필요한 질문이 있다.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누구의 감정에서 시작된 것인가?”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억울함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나도 억울해진 것인가.


내가 실제로 위협받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느끼는 위협을 내가 대신 느끼고 있는 것인가.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느끼는 억울함과 분노를 내가 대신 행동으로 옮기려는 것인가.


이 질문 하나가 행동과 행동 사이에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바로 행동하지 않는 것의 의미


감정이 강해질수록 우리는 빨리 행동하고 싶어진다.


불안하면 확인하고 싶고,
억울하면 설명하고 싶고,
분노하면 바로잡고 싶다.


그러나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기 전에 행동해버리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심리적 세계 안에서 행동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행동하지 않는 것이 회피가 아니다.


자료를 정리하고, 사실을 확인하고, 

시간을 두고, 내가 경험한 것과 상대가 경험한 것을 구분하는 것.


그것은 내 행동의 주체를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 과정이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사실을 기록하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는 것과, 

불안과 분노에 이끌려 즉각적으로 상대에게 대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현실을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지만, 

후자는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구별하는 일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로의 감정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누군가의 슬픔을 보면 나도 슬퍼지고,
누군가의 기쁨을 보면 나도 기뻐진다.


그러므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느낀 뒤에도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가이다.


“저 사람은 억울해하고 있다.”


와


“나는 억울하다.”


는 다르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 공격받을까 봐 두려워한다.”


와


“나는 지금 실제로 위협받고 있다.”


도 다르다.


그리고


“저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


“나는 지금 싸워야 한다.”


역시 같은 말이 아니다.


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그 감정의 주인이 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의 감정으로 행동하고 있는가


살다 보면 누군가의 감정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있다.


그 감정이 너무 강하면 그것을 내 감정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동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볼 수 있다.


“이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내가 실제로 경험한 사실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대신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질문을 통과한 뒤에도 행동할 필요가 있다면, 그 행동은 이전과 조금 달라질 것이다.


그때의 행동은 누군가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기 위한 행동도, 누군가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도 아니다.


내가 확인한 현실과 내가 선택한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나의 행동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누구의 감정으로 행동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


그때 우리는 다시 내 삶의 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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