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차원의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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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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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모이는 때가 있다.
처음에는 서로 관계없어 보였던 말들이 어느 순간 연결되고,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사건,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한꺼번에 보인다.
그때 상담자는 어쩌면 하나의 점을 찍는다.
하지만 상담에서 찍는 점은 그림 위의 점과는 조금 다르다.
그림은 2차원이다.
화가는 눈앞에 펼쳐진 평면을 바라보면서 빈 곳을 발견하고, 마지막 붓질을 통해 전체를 완성한다.
용의 눈을 마지막으로 찍는 순간 그림 속 용이 살아 움직이는 화룡점정처럼,
그러나 상담은 평면이 아니다.
상담자는 시간과 관계와 상황을 함께 본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한 사람이 어떤 사건을 가져왔을 때 상담자는 그 사건만 바라볼 수 없다.
왜 이 사람이 이 사건에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려면 과거를 보아야 한다.
지금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려면 현재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감정과 행동이 계속될 경우 어디로 향하게 될지를 생각하려면 미래를 보아야 한다.
그래서 상담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간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게 만드는지, 현재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를 함께 살펴본다.
상담자는 현재에 앉아 있지만, 시간 전체를 바라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과 상황
시간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하나의 사건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관계가 있고, 상황이 있다.
그 사건에서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상대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를 수 있다.
내가 느낀 감정이 곧 상대의 의도는 아니며, 상대의 감정이 곧 현실의 사실도 아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한 사건을 바라볼 때 자신과 타인, 그리고 상황을 분리해서 보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이 구분이 중요하다.
누군가가 억울해한다고 해서 내가 억울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두려워한다고 해서 내가 실제로 위험한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때로는 타인의 감정이 관계 안으로 들어와 내 감정처럼 경험되기도 한다.
그때 필요한 질문이 있다.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느끼는 억울함을 내가 대신 행동해 주는 것인가?”
이 질문은 감정과 행동 사이에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다시 구별할 수 있게 한다.
말은 흘러간다
그림은 눈에 보인다.
화가는 지금까지 무엇을 그렸는지 볼 수 있고, 어디에 무엇이 부족한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담에서 재료는 말이다.
말은 흘러간다.
내담자가 한 문장은 사라지고, 다음 문장이 이어진다.
상담자는 그 흘러가는 말들을 기억하면서 서로 다른 시간에 나온 이야기들을 연결해야 한다.
처음에 지나간 한 문장이 나중에 나온 한 문장과 만나면서 비로소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자는 단순히 지금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까지 흘러온 말을 동시에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쩌면 상담자의 머릿속에는 보이지 않는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화룡점정의 순간이 온다
충분히 듣고, 충분히 살펴보고, 여러 가능성을 함께 놓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그때 상담자는 한마디를 건넨다.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정확한 말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마디가 내담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때가 있다.
“아, 내가 두려워했던 것이 이것이었구나.”
“내가 상대의 감정을 내 감정처럼 느끼고 있었구나.”
“내가 하려던 행동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불안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었구나.”
그 순간 내담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상담의 한 점이다.
하지만 상담의 한 점은 2차원에 찍히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고, 자신과 타인과 상황이 만나는 지점에 찍힌다.
그래서 그것은 단순한 해석 한마디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본 뒤, 그 사람에게 필요한 순간에 정확하게 건네는 말이다.
상담자는 그림을 완성하지 않는다
그림에서 마지막 붓질은 화가가 한다.
그러나 상담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의 삶을 완성해주지 않는다.
상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나의 점을 찍어주는 것이다.
그 이후의 그림은 내담자가 그려간다.
어쩌면 좋은 상담은 모든 답을 알려주는 상담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다시 이해하고 현재를 선택하며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상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담자의 한 점은 마지막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장면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삶에 마지막 붓질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흘러온 시간과 관계와 상황이 한순간에 맞물리는 지점에 정확한 한 점을 찍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점을 계기로 내담자가 자기 삶의 다음 장면을 스스로 그려갈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사람.
나는 그것이 상담에서 말하는 ‘3차원에 한 점을 찍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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