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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자들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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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7-28 08:00 조회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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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믿는 자들]을 보고 나오는데, 문득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웃음이 나온 이유는 영화가 비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믿음이 충돌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신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딸은 또 다른 신념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덧붙이고,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은 사실처럼 굳어진다.


영화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얼마나 자주 사실보다 해석을 믿으며 살아가는가.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본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사실보다 먼저 해석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분명 의도가 있었을 거야.'

'그럴 줄 알았어.'


한 번 만들어진 이야기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믿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런 모습은 특정 개인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안에서도,

조직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반복된다.


누군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의 진위를 충분히 살피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연결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사람 자체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큰 힘을 갖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사건이 끝난 뒤에도 또 다른 설명이 만들어진다.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은 불확실함보다 확실한 설명을 더 견디기 쉽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실보다 하나의 명쾌한 이야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때로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믿는 틀 안에서만 상대를 이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상담은 이와 반대의 작업이다.


상담자는 해석을 하지만, 그 해석을 절대적인 진실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묻는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다른 이야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 질문을 놓지 않는 이유는 사람은 이론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지식이 많을수록 더욱 조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원칙과 신념이 단단해질수록, 그 틀 밖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제목은 믿는 자들이다.


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믿음의 위대함이 아니라 믿음의 한계에 더 가깝다.


사람은 믿음이 있어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믿음이 언제든 편향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함께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믿음은 어떤 신념 자체가 아니라,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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