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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씨앗처럼 이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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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7-21 20:06 조회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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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마당 한켠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다.


그 텃밭의 울타리는 옥수수였다.


여름이 되면 키 큰 옥수수들이 바람에 흔들렸고, 아이는 그 사이를 오가며 익은 옥수수를 골라 땄다. 

단발머리에 한쪽 가르마를 타고 머리에는 작은 핀 하나를 꽂은 아이. 

그 아이는 옥수수를 따고, 껍질을 벗기고, 깨끗하게 씻어 엄마에게 가져갔다.


엄마는 큰 솥에 옥수수를 넣고 물을 붓고, 신화당과 소금을 조금 넣어 삶았다. 

정확한 계량도, 특별한 조리법도 없었다. 

그저 오랜 경험으로 알게 된 "조금"과 "약간"으로 가족의 간식을 준비했다.


그때 아이에게 옥수수는 그저 맛있는 여름 간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그 안에는 엄마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하면 좋은 옥수수는 다음 해 씨앗으로 남겼다. 

그리고 처마 밑에는 말린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그것은 단순한 저장물이 아니었다.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약속이었다.


옥수수 한 알 안에는 한 해의 시간이 들어 있었다.


봄에 심은 씨앗, 여름의 기다림, 가을의 결실, 그리고 다시 이어질 다음 해.


사람의 삶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부모의 부족한 점이 먼저 보일 때가 있다. 

형제들이 모이면 어린 시절의 서운함을 이야기하고, 부모님의 아쉬운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과거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부모님이 떠나시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이 생긴다.


부족한 점이 있는 한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것을 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부모도 완벽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분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처음 살아보는 인생 속에서 부모라는 역할을 배워간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는 한 사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 완벽한 모습으로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과 사랑을 함께 품은 채 이어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은가.


많은 것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서로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언제나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차선으로는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적이 되지 않고,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 전체를 부정하지 않는 것.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구분하고, 내 바람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 

반대로 상대의 감정과 책임까지 내가 모두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


어쩌면 건강한 관계는 서로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오늘 찰옥수수를 먹으며 문득 어린 시절의 나와 엄마를 만났다.


그 아이는 텃밭에서 옥수수를 따고 있었고, 엄마는 부엌에서 가족을 위해 옥수수를 삶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었다.


생명은 그렇게 이어진다.


부모에게서 받은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좋은 것을 골라 다음 세대에 다시 건네는 것.


마치 가을날 가장 좋은 옥수수를 골라 다음 해 씨앗으로 남겨두듯이.


우리가 남길 가장 귀한 씨앗은 어쩌면 완벽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옥수수 씨앗처럼 이어지는 마음.


그것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가장 따뜻한 생명의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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