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순위보다 역할이 성격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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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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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출생순위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그는 첫째는 부모의 기대를 가장 먼저 받으며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달시키기 쉽고,
둘째는 이미 자리를 차지한 형이나 누나와 경쟁하거나 차별화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막내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사회성이 발달하기 쉽고,
외동은 어른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숙함과 높은 자기기준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이 이론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하지만 아들러가 살던 시대와 오늘날의 가족은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형제가 네다섯 명인 가정이 흔했다.
형제들 사이에는 분명한 서열이 있었고, 동생을 돌보거나 형을 따라야 하는 경험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외동이나 두 자녀 가정이 대부분이다.
형제의 수가 줄어든 만큼, 단순한 출생순위만으로 성격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담을 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둘째라도 어떤 사람은 매우 책임감이 강하고,
어떤 사람은 자유롭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세심하게 살피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강한 리더십을 보인다.
이 차이는 단순히 '둘째'이기 때문이 아니다.
둘째는 부모에게만 적응하며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족 안에서 자리를 잡은 첫째의 역할에도 적응하며 성장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첫째에게 늘 말한다.
"네가 형이잖아."
"네가 언니니까 참아."
"동생을 잘 돌봐야지."
이렇게 첫째에게 책임과 성취의 역할이 집중되면
둘째는 같은 자리에서 경쟁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한다.
관계를 잘 읽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창의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반대로 첫째가 반항적이어서 부모의 걱정이 컸던 가정에서는
둘째가 '착한 아이' 역할을 맡는 경우를 자주 본다.
'나는 부모를 힘들게 하면 안 된다.'
그것이 둘째의 적응 전략이 되는 것이다.
또 첫째가 병약하거나 부모의 보호를 많이 받았다면 둘째가
오히려 책임감 있는 역할을 맡으며 '첫째 같은 둘째'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성격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출생순위가 아니다.
가족 안에서 이미 누군가가 맡고 있는 역할과,
그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이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나는 출생순위를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되었다.
첫째의 성격이 둘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첫째에게 부여한 역할이 둘째의 적응 전략을 만든다.
첫째가 강한 사람이어서 둘째가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첫째를 '강해야 하는 아이'로 대했기 때문에 둘째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 관점은 가족체계이론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가족은 균형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
한 사람이 성취자가 되면 다른 사람은 관계를 담당하고,
한 사람이 반항하면 다른 사람은 모범생이 되며, 한 사람이 부모를 돌보면 다른 사람은 자유로운 아이가 되기도 한다.
형제들은 서로 같은 사람이 되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으며 가족의 균형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출생순위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가족 안에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까?"
책임지는 사람이었는가.
갈등을 중재하는 사람이었는가.
부모를 위로하는 사람이었는가.
분위기를 맞추는 사람이었는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었는가.
우리가 성격이라고 부르는 많은 모습은 타고난 기질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족이라는 체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했던 적응이 오랜 시간 반복되면서 성격의 일부가 된다.
출생순위는 성격을 결정하는 운명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그 역할을 얼마나 오래 살아냈는가이다.
성격은 출생순위보다 역할을 더 많이 닮는다.
그리고 상담은 그 역할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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