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해야만 했던 삶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본문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두 번쯤은 평가받는다.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고, 직장에서 성과를 평가받고, 관계 속에서도 암묵적인 평가를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 자체는 삶의 일부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평가는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의 평가가 아니라, 비슷한 방식의 평가가 삶의 여러 시기에 반복될 때
그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렌즈가 된다.
어떤 사람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둘째라는 이유로,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반복해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부모의 배경,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학력, 경제적 환경, 직업적 위치와 같은 기준으로 끊임없이 평가받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억울함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점차 이렇게 믿기 시작한다.
"나는 늘 증명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부족하다."
이러한 신념은 한 번의 상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존재를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을 만든다.
누군가는 완벽주의자가 되고, 누군가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 되며, 누군가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과를 쌓는다.
또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그 전략이 너무 오래 지속될 때이다.
유능함이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 존재의 조건이 되어 버리면, 작은 평가 하나에도 삶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과거의 수많은 평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고,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때 사람들은 흔히 더 노력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복된 평가의 상처는 더 많은 성취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회복은 "내가 충분히 유능한 사람이라는 증거"를 더 많이 모으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증명해야만 안전하다고 느끼는가를 이해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성과가 없어도 존중받는 경험.
실수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경험.
도움을 주지 않아도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환영받는 경험.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처가 반복된 경험으로 만들어졌다면, 회복 역시 반복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조금씩 사람은 배우기 시작한다.
'나는 잘해야만 사랑받는 사람이 아니구나.'
'증명하지 않아도 관계는 이어질 수 있구나.'
'내 가치는 평가의 결과보다 더 깊은 곳에 있구나.'
그때 비로소 유능함은 생존을 위한 갑옷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능력이 된다.
사람은 평가를 피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이상 평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애쓰지 않을 수는 있다.
반복된 평가가 우리의 삶을 만들었다면, 반복된 존중과 수용은 우리의 삶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
회복은 더 뛰어난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다.
평가받기 전부터 이미 소중한 존재였음을, 삶 속에서 조금씩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