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고 먹는 정서의 순환 1-마음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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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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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먹는 것으로 만들어진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좋은 단백질을 먹으면 건강해지지만,
정크푸드만 먹으면 허기는 달래도 몸은 점점 약해진다.
마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말과 표정, 시선과 태도를 먹으며 살아간다.
존중과 신뢰, 격려를 먹고 자란 사람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기 쉽다. 반대로 비난과 수치심,
통제와 무시를 먹고 자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관계 속에서 반복하기 쉽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순환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부모는 이미 성인이 된 자녀를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대하거나 자신의 수족처럼 대한다.
자녀는 존중 대신 모욕을, 신뢰 대신 통제를 먹으며 살아간다.
그 경험은 자존감과 관계의 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부모 역시 건강한 정서를 충분히 먹지 못하고 자란 경우가 많다.
인정보다 비교를, 존중보다 평가를, 사랑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먹으며 살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자신이 먹고 자란 정서를 다음 세대에게 다시 먹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윗세대가 자녀에게 먹이는 정서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많은 경우 생존을 위해 몸에 밴 방식이다.
전쟁과 가난, 결핍과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온 세대에게는 감정을 누르고 견디는 것,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것, 권위에 순응하는 것이 실제로 삶을 지켜 주는 전략이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잘못된 방식이 아니라, 살아남게 해 준 가장 옳은 방식이었다.
그래서 부모는 악의를 가지고 그것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남았던 방식을 사랑하는 자녀에게도 가르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살아남는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문제는 시대가 달라져도 생존의 식단은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자녀는 그 방식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부모를 거스르는 것 같고, 부모의 삶을 부정하는 것 같으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가족치료에서는 보웬(Bowen)이 말한 세대 전수 과정(multigenerational transmission process)으로 설명한다.
한 세대의 불안과 관계 방식, 생존 전략은 의식적인 교육만이 아니라 일상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의 말을 배우기 전에 부모의 정서를 배우고, 부모의 가치관보다 먼저 부모의 관계 방식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보웬은 동시에 한 가지 가능성도 이야기한다. 세대 전수 과정은 운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알아차리고,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며,
부모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구별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보웬이 말한 자기분화(differentiation of self)의 핵심이기도 하다.
자기분화는 부모를 거부하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부모에게 필요했던 생존 전략과 지금의 내 삶에 필요한 관계 방식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그때 비로소 사람은 죄책감이 아니라 선택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회복은 내가 먹었던 것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이 왜 내게 주어졌는지를 이해하고, 이제는 더 건강한 마음의 양식을 선택하는 데 있다.
그 순간 정서의 순환은 반복이 아니라 회복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한 사람의 변화는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먹이는 정서가 달라질 때, 한 가족의 정서적 식단이 바뀌고 다음 세대가 먹게 될 마음의 양식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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