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를 경험한 뒤 형성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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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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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해온 지 20년, 교육까지 포함하면 25년이 넘었다.
수많은 내담자의 상처를 만나고, 회복의 과정을 함께 걸어왔다.
그런데도 문득 어떤 영화 한 장면을 보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듣거나, 특정한 분위기를 마주하면
오래전 내가 겪었던 억울함과 분함이 다시 울컥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깨닫는다.
상처는 이해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여러 번 다시 만나며 조금씩 소화되는 것이구나.
상담을 하다 보면 "이제 피해의식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잘 안된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표현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고 싶다.
정말 피해의식일까.
아니면 피해를 경험한 뒤 형성된 의식일까.
두 표현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다르다.
피해의식이라는 말은 마치 그 사람 안에서 만들어진 문제처럼 들린다.
반면 피해를 경험한 뒤 형성된 의식이라는 표현은, 지금의 반응이 아무 이유 없이 생긴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반복해서 무시당한 사람은 타인의 작은 무관심에도 예민해질 수 있다.
공개적으로 평가받고 배제된 사람은 새로운 집단에서도 쉽게 긴장을 놓지 못한다.
억울한 경험을 한 사람은 누군가의 판단 앞에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마음이 먼저 올라올 수 있다.
이런 반응을 단순히 피해의식이라고 부르면, 우리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놓치게 된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의 반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반응이 어떤 경험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은 대개 세 단계를 함께 걸어간다.
첫째,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의 반응을 성급하게 병리화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둘째,
"그 이유는 실제 경험에서 왔습니다."
반복된 비난, 배제, 폭력, 차별, 모욕, 관계의 상처는 사람의 마음속에 하나의 생존 전략을 만든다.
경계하고, 의심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은 허공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셋째,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 같은지, 다른지도 함께 살펴봅시다."
과거의 경험을 인정하는 것과 현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둘 다 필요하다.
과거의 상처를 존중하면서도 지금의 관계와 상황을 함께 탐색할 때, 사람은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이 남긴 의미를 기록한다.
그래서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그 경험이 자신의 존재, 직업, 관계, 존엄과 연결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상담은 사람을 쉽게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지나왔기에 지금의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게 되었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단어 하나일지도 모른다.
'피해의식'이라는 말 대신,
'피해를 경험한 뒤 형성된 의식.'
그 한마디에는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상담의 태도와 윤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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