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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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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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마음은 늘 같은 시간에 머물러 있지 않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마음은 과거에 머물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 시간을 묻기보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심리적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흔히 현재의 사건 때문에 힘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의 사건은 오래전 경험을 깨우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상사의 한마디에 무너지는 사람은 지금의 상사 때문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 반복적으로 비난받았던 경험 속으로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배우자의 무심한 태도에 견디기 어려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어린 시절 충분히 돌봄 받지 못했던 시간을 다시 살아내기도 한다.
이때 사람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에서 '다시 경험'한다.
그래서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점령한 상태에 가깝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마음은 과거의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상담은 이처럼 멈춰 버린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작업이다.
과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현재와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때는 그때였고, 지금은 지금이다."라는 감각이 조금씩 회복될 때 사람은 비로소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처음부터 편안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회복이 시작되면 곧바로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상담에서는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 시기가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랫동안 덮어 두었던 감정과 기억이 다시 의식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슬픔도, 분노도, 두려움도 없는 것처럼 살아왔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깊이 묻어 두었던 것에 가깝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편안해서가 아니라, 느끼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덮어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담은 그 묻혀 있던 감정을 안전한 공간에서 다시 만나도록 돕는 과정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전보다 더 많이 울고, 더 많이 흔들리며, 더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햇빛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덮여 있는 동안에는 없는 것처럼 보일 뿐, 비슷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같은 감정이 되살아나 현재를 흔든다.
소화되지 못한 과거는 형태만 바꾸어 반복될 뿐,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반대로 충분히 바라보고, 느끼고, 이해된 감정은 더 이상 현재를 점령하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은 기억으로 남지만 현재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비로소 지나간 시간이 되고, 현재는 현재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진정한 회복의 첫 신호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복의 첫 신호는 감정을 안전하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슬픔을 느껴도 무너지지 않고, 두려움을 느껴도 도망치지 않으며, 분노를 느껴도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힘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람의 심리적 시간은 조금씩 미래를 향해 흐르기 시작한다.
상담이 깊어질수록 내담자들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어요."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볼까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이런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이 말들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다.
미래를 다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이다.
우울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미래를 잃는다.
트라우마가 깊어질수록 과거에 머문다.
그러나 회복이 시작되면 현재를 딛고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다시 생겨난다.
상담에서 중요한 질문은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만이 아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그 사람이 과거에 붙잡혀 있는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미래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결국 치유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갇혀 있던 시간을 현재로 데려오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회복하여, 다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사람은 모두 같은 시계를 보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음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오래전 상처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현재를 놓친다.
또 어떤 사람은 과거를 품은 채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상담은 그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는 일이다.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지 않도록 돕고, 현재를 충분히 살아낼 힘을 회복하여,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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