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유
칼럼 포유
칼럼 포유

엄마, 이게 나예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7-14 11:43 조회75회 댓글0건

본문

어릴 적 코끼리는 굵은 쇠사슬에 묶여 자란다고 한다.


처음에는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언젠가는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거대한 코끼리는 이제 작은 밧줄 하나에도 묶여 있게 된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마음속에 '나는 벗어날 수 없다'​는 믿음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도 때로는 이렇게 길들여진다.


"엄마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

"착해야 사랑받는다."

"내 감정보다 가족이 먼저다."

"참는 것이 좋은 사람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겠지."


아이에게 이런 말들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다.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배워야 했던 생존의 규칙이다.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가족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이는 자신을 조금씩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문제는 어린 시절에는 자신을 보호했던 방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욕구보다 상대의 기대를 먼저 생각하고,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며,


자신의 선택 앞에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춰 선다.


"그러면 안 된다."

"그건 이기적인 거다."

"참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자신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소심해서,


원래 착해서,


원래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다고 믿는다.


그러나 상담에서는 종종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은 성격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적응 방식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길들여진 코끼리에게 필요한 것이 더 큰 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힘은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자신을 묶고 있는 것이 실제 현실인지, 아니면 오래전에 만들어진 믿음인지 다시 확인하는 경험이다.


상담도 마찬가지다.


상담은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던 힘을 다시 발견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오래된 시선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과정이다.


때로 상담 장면에서는 이런 모습을 만난다.


어릴 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면, 

주변에서는 "변했다", "강해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변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을 뿐일 수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되고,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지 않아도 될 때,


그동안 눌러두었던 자기의 중심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어려움이 생긴다.


가족 안에서 누군가의 강함이 오랫동안 상처와 연결되어 있었다면,


그 강함을 가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람의 모습이 현재의 사람 위에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추진력과 자기주장이


능력과 성장의 표현이 아니라,


고쳐야 할 성격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강한 성격과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다르다는 점이다.


자기중심성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 경계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심리적 중심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은 타인의 존재와 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채 자신의 욕구만을 우선하는 방식이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우리는 때때로 부모가 자신을 바라본 방식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부모가 두려워했던 특성을 가진 자신을 경계하고,


부모가 불편해했던 자신의 모습을 부정한다.


그러나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통해 붙인 의미와,

내 삶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 강함은 폭력이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강함은 책임감과 추진력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자기주장은 위협이었을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주장은 자신의 삶을 지키는 힘일 수 있다.


결국 회복은 부모를 비난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부모가 붙여준 해석과 내가 경험하는 나 자신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속으로 하나의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엄마, 이게 나예요."


이 말은 부모를 거부하는 말이 아니다.


부모를 이기겠다는 선언도 아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해석 속에서 살아왔던 내가,
처음으로 나 자신의 언어로 나를 소개하는 말이다.


"나는 누군가의 상처가 아닙니다."

"나는 누군가가 두려워했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가 가진 힘입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와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적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삶의 방식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가는 과정이다.


길들여진 마음은 스스로를 의심한다.


하지만 회복된 마음은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누구인가."


그리고 마침내 대답한다.


"엄마, 이게 나예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