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리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본문
관계는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누군가와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그림은 보는 사람과 시선의 리듬을 만들고,
음식은 함께 식탁에 앉은 사람들과 마음의 리듬을 만든다.
언어는 대화의 리듬을 만들고,
음악은 소리의 리듬을 만든다.
몸은 움직임과 호흡의 리듬을 만든다.
돌이켜 보면 내가 배워 온 것은 표현이 아니라 리듬이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는 곳은 상담실이다.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더 많이 들어준다.
그 사람에게는 말하는 것이 이미 자신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이 적은 사람을 만나면 침묵을 기다리면서도 내가 조금 더 말을 건넨다.
에너지가 많이 떨어진 사람 앞에서는 나 역시 목소리와 호흡을 낮춘다.
반대로 생기가 넘치는 사람과는 조금 더 활기 있게 대화를 이어간다.
겉으로 보면 모두 다른 상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리듬을 듣고, 그 리듬 속에서 함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상담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도 리듬은 가장 먼저 만들어진다.
아기의 울음에 부모가 반응하고,
부모의 표정에 아이가 웃음을 배우며,
서로의 호흡과 시선이 반복되는 동안 아이는 세상이 안전한 곳인지,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몸으로 익혀 간다.
부부와 연인도 마찬가지다.
대화의 속도, 기다려 주는 시간, 함께 걷는 걸음, 손을 내미는 순간,
갈등 이후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까지.
관계는 논리보다 먼저 리듬으로 움직인다.
친구 사이에서도 한 사람이 계속 맞추기만 하거나, 한 사람의 속도만 강요된다면 관계는 점차 지쳐 간다.
좋은 관계는 누군가가 이기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조금씩 자신의 리듬을 조절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 가는 관계이다.
우리는 흔히 관계는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계는 말보다 먼저 리듬으로 시작된다.
같은 문장도 어떤 속도로 말하는지, 얼마나 기다려 주는지, 어떤 호흡으로 함께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상대의 말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몸을 읽는다.
표정과 시선, 호흡과 자세, 말의 높낮이와 침묵의 길이는 서로의 신경계를 안정시키기도 하고 긴장시키기도 한다.
몸과 몸은 생각보다 훨씬 먼저 서로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관계란 생각이 같은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리듬을 존중하며 함께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 가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내가 배워 온 모든 표현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나를 표현할 것인가?'가 아니라,
'나의 표현은 우리 사이에 어떤 리듬을 만들어 내는가?'
아마 사람은 말을 통해서만 관계를 만드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몸과 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리듬.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친구와 동료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리듬을 만들고, 깨뜨리고, 다시 맞추며 살아간다.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편안하게 호흡할 수 있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그 리듬 속에서 비로소 이해받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