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알려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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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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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보일 때가 있다.
반대로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크게 말하고 있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과장된 것은 조금 평범한 크기로 돌려놓고, 빠져 있는 것은 함께 살펴본다.
흩어져 있던 경험을 연결하다 보면 내담자 자신도 미처 보지 못했던 삶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글을 쓰면서 나는 그 일을 나 자신에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살아온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았다.
어떤 경험은 힘들었고, 어떤 관계에서는 내가 왜 그렇게까지 애썼는지 뒤늦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나의 사건만 놓고 보면 그때의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경험을 글로 옮기고 다시 바라보면서 반복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
가족이 필요로 하는 것, 관계에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 것들을 따라가며 열심히 살았다.
그 노력이 모두 불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필요한 일도 있었고 내가 맡아야 할 책임도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과 나의 욕망을 살아가는 것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정작 내 삶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충분히 묻지 못했다.
글을 쓰면서 그 빠진 부분이 보였다.
내 삶에는 책임과 관계와 돌봄은 충분했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바라보는 자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것을 알아차리면서 삶이 조금 평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평평해진다는 것은 문제가 사라졌다는 뜻도,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있던 삶에서 벗어나
나도 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가깝다.
그제야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다는 마음,
글을 쓰고 기타를 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처럼 그동안 뒤로 밀려 있던 작은 욕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내 욕구만을 따라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서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도 있고 사회적 책임도 있으며, 내가 맺고 있는 관계도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은
내 욕구를 욕망하면서도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이다.
예전에는 나를 놓친 채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혔다면,
이제는 나를 놓치지 않으면서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처음부터 삶의 방향을 정해놓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그때 필요한 일을 했고, 관계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으며,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글을 쓰면서 지나온 삶의 궤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방향은 내가 미리 정한 것이 아니었다.
살아온 삶을 해석하다 보니,
그 삶이 나에게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지를 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함께 바라보며 빠진 부분을 발견하고,
지나치게 커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더 온전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에게도 같은 일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 질문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안 살아온 삶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것을 가지고,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직 구체적인 답을 모두 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방향은 보인다.
나를 놓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 방향은 내가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천천히 만들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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