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유
칼럼 포유
칼럼 포유

대지의 명절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26 09:49 조회13회 댓글0건

본문

어제는 추석이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비가 내린다.


나는 지금 정도의 비가 참 좋다.


아주 세차게 쏟아져 옷을 적시거나 사람들을 우왕좌왕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금세 그칠 듯 가늘지도 않다.


빗방울이 나뭇잎에 닿고, 잎을 타고 흘러내려 땅으로 스며든다. 

흙은 젖어가고, 풀잎에는 작은 물방울들이 맺힌다.


비는 조용히 온 천지를 적신다.

큰 나무라고 더 많이 주지도 않고

작은 풀이라고 덜 주지도 않는다.


비는 그저 골고루 내린다.


비를 피하고 싶으면 우산을 쓰면 된다. 

하지만 비는 누구에게만 내리겠다고 고르지 않는다.


그저 내리고,
받은 것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나무는 잎을 펼치고,
땅은 물을 품고,
풀은 다시 일어난다.


나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비를 맞은 나무들이 유난히 충만해 보인다.


지금 내려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물이 났다.


그러다 문득 어제의 명절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식탁 위에 음식을 내어놓았다면
오늘은 하늘이 대지 위에 비를 내어놓았다.


사람의 식탁에서 시작된 풍성함이
오늘은 온 대지로 넓어진 것 같다.


문득 사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온 천지에 골고루 닿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대답하지 않은 채
나는 다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빗방울은 땅으로 스며들고,
나무를 적시고,
풀을 살린다.


어제는 사람의 명절이었다면
오늘은 대지의 명절이다.


대지의 명절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