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맛을 앞질러 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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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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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끓인 된장찌개가 참 맛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제와 같은 뚝배기에 같은 재료를 넣고 다시 끓였다.
어제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오늘도 비슷한 맛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의 된장찌개에서는 맹물맛이 섞여 났다.
된장을 덜 넣은 것도 아니고 재료가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가만히 맛을 보니 아직 재료의 맛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 너무 일찍 맛을 본 모양이다.
어제 맛있었던 그 맛을 기억하고 있으니 오늘은 빨리 그 맛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재료들이 자기 맛을 충분히 내기도 전에 숟가락을 떠 넣었다.
기억이 맛을 앞질러 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종종 이렇게 한다.
한 번 잘되었던 방법이 있으면 다음에도 빨리 가져다 쓴다.
한 번 마음에 들었던 말이 있으면 다른 상황에도 붙여본다.
어떤 생각으로 삶을 이해하는 일이 잘되면,
아직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은 경험에도 그 생각을 먼저 가져간다.
그러고 나면 맞는 말인데도 어딘가 어색하다.
오늘의 재료가 아직 자기 맛을 다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를 넣었다고 같은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어제의 시간과 오늘의 시간은 다르고, 재료가 익어가는 속도도 다르다.
글을 쓰는 일도 그런 것 같다.
어제의 글에서 어떤 표현이 참 잘 맞았다고 해서 오늘의 글에도 그 말을 가져다 놓으면,
말은 맞는데 글에서는 맹물맛이 날 때가 있다.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아직 그 글에서 충분히 우러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았던 기억은 다음 경험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기억이 너무 앞서가면,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맛을 기다리지 못한다.
어쩌면 숙성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의 재료가 내는 맛을 기다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된장찌개는 조금 더 끓여야겠다.
어제의 맛을 다시 만들려고 애쓰기보다
오늘의 재료에서 어떤 맛이 나오는지 기다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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